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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이 막막할 때 맨몸운동이라도 하자
앞이 막막할 때 맨몸운동이라도 하자
  • 윤경보 기자
  • 승인 2020.08.28 1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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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최근 세계 경제에 대한 회복 기대감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라는 무서운 전염병이 세계 경제를 부진의 늪에 빠트린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제회복이 기대한 만큼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이유까지 모두 전염병 탓을 하지는 못할 것 같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미국, 유럽 등을 중심으로 각국이 내세운 보호무역주의는 철강, 자동차 등 기간산업에 주목하였었고, 제재방식도 관세부과나 수입물량 통제 등 무역상대국이 상호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나름 이성적인 조치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미국과 영국 간에는 영국산 몰트위스키에 대한 수입 관세부과 문제로 영국의 몰트위스키 업계가 고사 위기에 몰리면서 영국 정계와 재계는 미국을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다. 문제는 경제보다는 정치적 판단이 기저에서 작동하고 있어 뚜렷한 해결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의 양상도 지금까지와 같은 관세 등의 조치와는 차원이 다르다. 홍콩의 국가보안법 제정 등과도 얽혀 어디까지 갈지 아무도 모르게 되었다. 중국에서 스마트폰 등을 제조하는 화웨이에 이어 다른 중국기업까지 미국이 손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5초짜리 짧은 동영상을 제작 공유하는 소셜네트워크(SNS) 틱톡(TikTok)을 운영하는 중국의 바이트댄스사에게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14일 미국 사업을 90일 이내에 매각하라는 공식 명령을 발동하였다. 화웨이가 미국에 정치적 공세로 대항한 것과 달리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바이트댄스사에 대한 중국인의 평판도 가라앉고 있다. 반면 화웨이의 경우 미국에 대항하는 자국 기업이라며 오히려 국내시장 점유율이 확대되는 등 올해 2/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 대수는 삼성을 처음으로 제치며 세계 1위에 올라서기도 하였다. 이제는 기업 간 경제전쟁이 아니라 국가의 정치적 판단에 기업의 생사가 갈리는 정치와 경제가 혼합된 하이브리드형 무역전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 규제조치도 마찬가지지만 지금 세계는 이처럼 비이성적이고 비정상적인 의사결정들이 유례없이 만연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비전통적인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경제 정상화에 노력하고는 있다. 하지만 비전통적인 경기대책보다는 여전히 비정상적인 국익 우선주의로 인한 경제차단 효과가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듯한 인상이 강하게 든다.

올해 전 세계 각국이 경기 부양에 투입한 자금은 무려 20조 달러(23,64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20%에 상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그야말로 비정상적인 그리고 비전통적인 재정, 통화정책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비전통적 수단인 양적 완화 정책의 의도는 한 지역이나 국가에 자금을 무제한 공급하여 일정 수위가 넘게 되면 그 자금이 마치 댐에서 흘러넘쳐 흐르듯이 각 경제주체 전체로 파급되는 낙수효과에 있다. 이와 같은 낙수효과는 때로는 특정 국가만이 아니라 해당 국가와 국제무역을 통해 이어지는 다른 나라까지도 경기 자극효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각국이 동시에 나선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이처럼 엄청난 자금이 투입되었는데도 각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가 좀처럼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데는 다른 것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내수보다는 해외시장이 주 무대인 제조기업체들이 많다. 해외시장으로 이어지는 나라와 나라 간 연결된 다리 자체가 끊어진 상황에서는 이와 같은 낙수효과에 기대 물이 흐르듯이 순환되는 효과가 국제무역에서 이루어지지 못함은 당연하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물건을 만들 돈이 부족하다면 몰라도 물건 자체를 만들어도 그 판로가 막혀있는 상황에서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순환은 이루어지기 힘들다. 상대방이 문을 꼭꼭 닫아걸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현실이 쉽게 타개될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세계 경제의 회복 시기는 예상보다 더욱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자칫하면 지역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 모두 그 유명한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죽음의 계곡이라 불리는 곳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모하비(Mojave) 사막에 있다. 지난 816일 오후 이 죽음의 계곡에서 측정된 섭씨 54.4도는 전 세계의 관측 사상 최고 온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물론 이 죽음의 계곡에서는 이미 1913년 섭씨 56.7도가 관측된 적이 있다. 하지만 일부 기상학자들은 당시 관측자가 실수하였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여하튼 이 죽음의 계곡이 그만큼 인간에게 위협적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기술창업이나 벤처기업이 신기술을 개발하여 성공적으로 시장까지 진출하는 동안 넘어야 할 두 개의 난관에 비유하기도 한다. 기술 씨앗을 이용하여 제품을 개발하고, 시제품을 제작하여 사업화하기까지 약 5년에서 7년 정도가 소요되는데, 그사이에 자금이 고갈되는 죽음의 계곡을 만나 무너지는 기업이 그만큼 많음을 의미한다. 어찌어찌 살아남더라도 이번에는 다윈의 바다(Darwinian Sea)’라는 무시무시한 포식자들이 즐비한 냉혹한 시장이 기다리고 있다. 송사리에 불과한 중소벤처기업이 약육강식의 세계시장에서 무사히 살아남는 것은 무척 험난하기에 이를 두 개의 죽음의 계곡이라 부르는 것이다.

이처럼 죽음의 계곡이나 다윈의 바다가 벤처나 기술창업 기업에만 적용되지는 않는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로 인해 지금 지역 내 대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은 물론 직장을 잃은 가계까지 모두 각자 나름의 죽음의 계곡과 만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들 뉴노멀이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올 것이므로 이에 대비하자고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코로나19가 먼저 종식된 이후의 이야기다. 게다가 올해만 하더라도 9월 미국 대통령 후보 토론회, 10월 미국 외환보고서 발표, 중국의 최대 정치행사의 하나인 5중전회가 예정되어 있다. 11월에는 미국 대통령선거, 12월에는 일본의 헌법개정, EU 정상회담 등 세계 각국의 중요정책이 결정될 굵직한 정치 일정이 즐비하여 어떠한 기상천외한 정치적 판단이 세계 자유 시장경제에 역행하는 비이성적, 비정상적인 조치들을 탄생시킬지 우려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무기력하게 죽음의 계곡에 갇혀 비가 오기만 기다려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가 이 죽음의 계곡을 어찌어찌 건너더라도 새로운 비대면 비접촉 시대를 맞이하여 또 다른 위험인 다윈의 바다와 부딪칠 위험도 염두에 두어야만 한다.

어떠한 위기에도 기회는 있겠지만 기다리는 것만으로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언제나 기회는 준비한 자만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선수들은 헬스장을 가지 못할 때는 맨몸운동이라도 하며 체력을 기른다고 한다. 경제회복 속도가 늦어지는 동안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말자. 코로나19 이전에도 분명 자기 기업, 상점 등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약점을 보완하며 체력강화나 체질 개선에 힘쓸 때다. 경제회복이 언제 될지 앞이 막막한 이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자신만의 맨몸운동이라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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