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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차기 정권에서도 정책 변화는 없을 듯
일본의 차기 정권에서도 정책 변화는 없을 듯
  • 윤경보 기자
  • 승인 2020.09.09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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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일본 헌정사상 최장기인 78개월간 집권 중이던 아베 신조 총리가 최근 전격 사임하였다. 이에 따라 당 총재가 총리를 맡는 집권 자민당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외형적으로는 정권 교체처럼 보이지만 의원내각제인 관계로 사실상 집권 여당인 자민당의 간판 얼굴만 교체되는 셈이다. 91일 열린 자민당 총무회에서는 전당대회 대신 중의원과 참의원 양원 의원총회에서 신임 총재를 선출한다는 방침을 굳혔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상시국임을 고려하여 정치 공백 회피를 위해 당헌에 있는 긴급 시에는 양원 총회에서 후임을 선임한다는 조항을 내세워 당원투표를 생략하는 양원 총회에서 선출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자민당 총재는 12일간 선거 일정으로 국회의원 394명과 전국 당원 등 394명을 합한 788명이 투표하는 전당대회에서 선출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비상시에는 7일 일정으로 국회의원 394명과 47개 지자체 대표 141(지부별 3)을 합한 535명이 전당대회를 대신하는 양원 의원총회에서 선출하게 된다. 현재로서는 98일 신임 총재선거를 고시하고 14일 선거일에 투개표를 실시할 공산이 크다. 이때 1차 투표에서 과반수인 268표 이상 득표자가 나오면 즉시 신임 총재가 결정, 차기 총리 지명을 거쳐 새로운 내각이 출범하게 되지만, 과반수득표에 성공하지 못하면 득표 1, 2위를 대상으로 2차 결선투표를 거쳐 진행하게 된다.

914일로 예정된 자민당 총재선거에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 3명이 경합에 나설 전망이다. 스가 장관은 아베 내각의 관방장관으로 지난해 51일 나루히토 일왕 즉위에 맞추어 적용된 새로운 일본 연호인 레이와(令和)를 발표하면서 일반 국민에게 인지도가 상승한 데다 아베 총리의 장기 집권을 유지하는데 안방 살림을 잘 수행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시다 회장은 2012년부터 5년간 제2차 아베 내각에서 외무장관을 역임한 적이 있는 등 아베 총리의 후계자로 손색이 없다는 평이지만 차기 총리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에 오르지는 못했다. 반면 이시바 전 간사장은 여론조사 결과 차기 총리 후보로 상위권을 차지하는 인물이지만 자민당 내 대표적인 반 아베파로 알려져 의원들 사이에서 지지도는 그리 높지 않다. 아베 총리의 비판자라는 이름이 붙은 이시바 전 간사장을 자민당 의원들이 아베 총리의 후계자로 뽑는다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아베 총리를 배출한 자민당 최대 계파인 호소다파(細田派, 98)를 비롯하여 아소파(麻生派, 54), 다케시타파(竹下派, 54), 니카이파(二階派, 47), 이시하라파(石原派, 11)가 모두 스가 장관을 지지한다는 의향을 보였다. 이 숫자만 하더라도 264표인데 무파벌파 의원 가운데 20~30명 정도가 스가 장관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지자체 지부 대표들이 141표를 모두 다른 후보에게 몰아주더라도 차기 자민당 총재로 스가 장관이 선출되는 데는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아베 총리가 사임한 지 불과 2~3, 심지어 스가 장관이 총재직 출마 의사를 공식 표명한 92일이 되기도 전에 사실상 차기 총재선거는 끝난 셈이나 마찬가지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번 자민당 총재선거는 스가 장관에 대한 사실상의 신임 투표인 모양새로 바뀌어버렸다. 경선에 나설 기시다와 이시바 두 사람 모두 자신의 파벌(기시다파 47, 이시바파 11)을 이끄는 계파 수장이지만 대다수 파벌이 스가 장관을 지지하고 나선 지금 상황에서는 맥이 빠지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공식 선거 일정은 선거고시일인 8일 오전 세 진영의 대표가 각각 20명의 추천인 명단을 첨부하여 총재직 입후보자로 등록한 후 본격 선거전에 돌입하여 표심 몰이에 나서겠지만 그마저도 코로나19로 인해 인터넷 정견발표 등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두 후보는 아예 지자체 대표들의 표심을 잡아 1차 경선에서 2위를 차지한다는 전략이며, 일찌감치 스가 장관을 지지하고 나선 다른 계파에서는 차기 스가 내각에서 자신의 파벌을 요직에 앉히기 위한 물밑 교섭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자민당 지도부가 이처럼 서둘러 98일 총재선거 고시, 14일 투개표를 통한 신임 총재의 선출, 16일 임시 국회를 소집하여 새 총리를 지명한 후 신임 내각을 출범시키는 빠듯한 그림을 그린 것은 새로운 거대 야당의 출범을 최대한 견제한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자민당 총재선거 일정 사이에 있는 915일에는 야당인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이 양당을 해체한 후 150명의 국회의원으로 구성되는 새로운 입헌민주당으로 출범하는 창당총회가 예정되어 있다. 15일을 가운데 두고 14일에는 자민당의 신임 총재선출, 16일에는 새로운 내각 출범이라는 이벤트를 만들어 새로운 거대 야당이 결집 출범한다는 뉴스를 아예 덮어버리겠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인 셈이다. 야당 측에서는 총리지명에 이어 신임 총리의 소신표명 연설과 각 당 대표와의 질의응답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것조차도 자민당은 임시 국회회기를 18일까지로 짧게 잡아 국회 토론은 10월 하순 소집하게 될 다음 임시 국회로 미룬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아베 정권의 막이 내림에 따라 일본 국내의 일부 학자들은 아베 총리가 자신만만하게 내세웠던 GDP성장률 2%의 안정적 달성이라는 공약은 20141/4분기부터 20201/4분기까지 6년간 1.8%에 그쳤고, 아베 정권 8년 동안 소비세 인상 등으로 근로자 1인당 실질임금이 3.5%나 줄어드는 등 소비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재정지출은 엄청나게 팽창하였다며 아베의 정책은 실패하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자신 있게 내세웠던 정책, 이른바 아베노믹스에 대한 이와 같은 일각의 부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차기 총리가 누가 되든 지금까지의 정책 기조가 대폭 변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동안 아베 총리가 아베노믹스라는 정책 기조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게 해준 최대의 엔진은 일본은행에 의한 대규모 금융완화와 거액의 재정지출이었다. 스가 장관이 일본은행과의 관계는 아베 총리와 마찬가지로 이어갈 것이라 밝히고 있고, 나머지 두 후보도 일본은행에 의한 대규모 금융완화에 대해 모두 장기적으로는 개선해야 하겠지만 급하게 변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를 나타내고 있어 금융정책 자체가 급변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사실상 차기 총리가 거의 확실시되는 스가 요시히데 장관 특유의 스가노믹스는 당분간 만나볼 수 없을 것 같다.

한편 아베 총리가 최우선 정책의 하나로 꼽았었으나 전혀 성과를 내지 못한 것 중 하나가 북한 관련 문제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 등과 관련하여 스가 장관은 김정은 조선 노동당 위원장과 조건 없이 만나 활로를 열겠다고 발언하였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도쿄와 평양에 상호 연락사무소를 개설하겠다는 비교적 참신한 방안을 내세웠다. 기시다 정무조사회장은 북한 문제에는 언급이 없었으나 과거 위안부 문제 관련 한일회담 경험을 살려 냉정하게 한일 간 외교적 대화를 시도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상을 종합해 보면 누가 아베 총리의 후임이 되든 한일 관계를 포함한 일본의 정치 경제 관련 정책 기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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