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 구직자 10명 중 9명은 입사 지원 시 회사의 복지 제도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복지는 ‘주 4일 근무제’가 아닌 ‘성과급’과 같은 금전적 보상이었지만, 정작 주요 대기업들은 경기 침체로 인해 신규 채용을 줄이며 고용 시장의 문을 굳게 닫고 있는 현실이다.
주 4일제보다 ‘성과급’…Z세대의 현실적 복지 선호
취업 플랫폼 ‘진학사 캐치’가 Z세대 취업준비생 1,530명을 대상으로 ‘복리후생 중요도’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0%가 입사 결정 시 복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선호하는 복지 유형으로는 ‘금전적 보상’이 51%로 과반을 차지하며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그 뒤를 이어 근무 환경 및 문화(20%), 휴가 제도(18%), 생활 지원(6%), 성장 지원(3%), 건강 및 심리 지원(2%) 순으로 나타났다.
Z세대가 꼽은 최고의 복지 1위는 ‘성과급'(41%)이었다. 이는 2위인 ‘주 4일 근무제'(19%)와 3위 ‘자유로운 휴가 사용'(14%)을 큰 격차로 앞지른 결과다. 이 외에도 여름·겨울 장기 휴가(7%), 생활비 지원(6%), 재택·유연 근무(5%), 식사 제공(4%), 사택·기숙사 제공(4%) 등이 좋은 복지로 꼽혔다.
최악의 복지는 ‘의무 참여 행사’
반면, Z세대가 가장 꺼리는 최악의 복지 1위는 체육대회나 워크숍 같은 ‘의무 참여 행사'(37%)였다. 2위는 주 5일 근무나 4대 보험처럼 ‘당연한 제도를 복지인 양 안내하는 경우'(22%)였으며, 3위는 퇴근 후 회식 등 ‘개인 시간을 침해하는 경우'(18%)가 차지했다.
이 밖에도 활용도가 낮은 소액 지원(10%), 일부 직원에게만 해당되는 제한적 제도(7%), 원하지 않는 굿즈나 저가 기념품 제공(6%) 등도 기피하는 복지로 조사됐다.
대기업에 닥친 ‘고용 경직화’…채용·퇴직 모두 감소
이러한 Z세대의 기대와는 달리, 실제 국내 주요 대기업의 채용 시장은 얼어붙고 있다. 경기 침체와 실적 부진의 여파로 신규 채용과 퇴직자 수가 동시에 감소하며 조직 내 인력 순환이 정체되는 ‘고용 경직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기업분석 전문업체 리더스인덱스가 2025년 지속가능성보고서를 제출한 국내 152개 주요 기업을 분석한 결과, 2024년 신규 채용 인원은 15만 4,266명으로 전년 대비 12% 감소했다. 같은 기간 퇴직자 수도 6만 9,354명으로 8.6% 줄었다. 2년 전인 2022년과 비교하면 신규 채용은 29.9%, 퇴직자는 8.7%나 감소한 수치다. 2022년에는 신규 채용 인원이 퇴직자의 2.9배에 달했으나, 2024년에는 2.2배로 그 격차가 줄어들어 인력의 유입과 유출이 모두 둔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업종별 희비 교차…IT·배터리 ‘꽁꽁’, 자동차·조선 ‘훈풍’
업종별로 희비는 뚜렷하게 엇갈렸다. IT, 배터리, 서비스, 석유화학 등 부진을 겪는 분야에서 인력 감축 경향이 두드러졌다.
IT·전기전자 업종의 신규 채용은 2022년 대비 49.2%나 급감했다. LG그룹의 경우, 주력 계열사인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세 곳 모두 채용 규모가 크게 축소됐다. 일례로 LG전자의 신규 채용은 2022년 2만 65명에서 2024년 1만 3,956명으로 30.4% 줄었고, 퇴직자 역시 1만 8,311명에서 1만 136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이차전지(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수요 둔화의 직격탄을 맞으며 채용과 퇴직 변동 폭이 컸다. LG에너지솔루션의 신규 채용은 2022년 1만 2,329명에서 2024년 2,411명으로 80% 이상 급감한 반면, 퇴직자는 2,594명에서 5,995명으로 오히려 급증했다.
석유화학 업계 또한 채용이 큰 폭으로 줄었다. LG화학의 국내 신규 채용은 2022년 1,431명에서 2024년 178명으로 87.6%나 쪼그라들었으며, 한화솔루션과 코오롱인더스트리 역시 각각 67.4%, 44.1% 감소했다.
반면, 실적이 양호한 업종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자동차·부품 업계의 신규 채용은 2년간 7.1% 증가해 2024년 3만 9,040명을 기록했다. 조선·기계·설비 업종 또한 신규 채용이 2022년 대비 56.6% 증가하며 활발한 인력 충원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