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와 역사 외교, ‘두 개의 바퀴’로 글로벌 위상 높이는 한국
최근 한국은 K-컬처를 앞세운 문화 수출과 한일 관계 개선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과제를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제조업이 보호무역주의 장벽에 직면한 가운데, 문화 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동시에 오랜 외교적 난제인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며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
방탄소년단(BTS), 아카데미 수상작 ‘기생충’, 전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의 성공에 힘입어 한국의 문화 산업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과 2024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까지 더해지며 한류의 저변은 더욱 넓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아시아를 넘어 인도, 중남미, 중동 등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리며 글로벌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BTS의 소속사인 하이브(HYBE)의 이상목 대표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라틴 음악의 본고장인 중남미 지역은 우리의 핵심 공략 지역”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이브는 지난해 미국에서 4개국 출신 멤버로 구성된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를 데뷔시킨 데 이어, 중남미에서도 새로운 보이밴드 발굴을 위한 오디션을 진행 중입니다.
이 대표는 “한류의 정의를 재검토할 시점”이라며 “해외에서 콘텐츠가 만들어지더라도 한국 기업이 제작하거나 한국 자본의 지원을 받는다면, 이 역시 한류의 일부로 봐야 한다”고 강조하며 확장된 개념의 K-콘텐츠를 제시했습니다.
물론 문화 수출이 단기간에 제조업을 대체하기는 어렵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음악, 영화, 게임 등 지식재산(IP) 수출액은 지난 10년간 세 배 이상 증가해 2024년 98억 5천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같은 해 6,962억 달러에 달하는 상품 수출액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입니다. 그러나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세계 무대에서의 연이은 성공은 문화 산업이 한국 경제의 중요한 미래 먹거리가 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한일 관계, 미래를 위한 외교적 해법 모색
경제적 성장 동력 확보와 더불어, 한국 정부는 외교적 난제 해결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토요일 일본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일 관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는 이전 정부들의 합의나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미래지향적 협력을 위해서는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와 위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경제, 사회, 문화, 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해야 할 매우 중요한 국가”라며 “최대한 현실을 직시하고 서로 이해하며, 적대감을 피하면서 필요한 부분은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나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안’을 일방적으로 뒤집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습니다. “전임 대통령들도 국민이 선택한 국가의 대표였다”며 “그들이 맺은 합의나 이미 시행된 정책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대신 이 대통령은 일본 측에 두 가지를 요구했습니다. 첫째는 전시 강제 동원이라는 역사적 사실의 인정, 둘째는 피해자들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위로의 표명입니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위로를 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배상은 부차적인 문제일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일본이 긍정적으로 화답할 경우, 기존의 제3자 변제안을 바탕으로 최종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는 유연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이 방안은 국내의 거센 반대 여론을 고려할 때, 이 대통령에게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일본이 이러한 제안에 응하지 않는다면 한일 관계의 진전은 어려울 전망입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과거 전쟁에 대해 ‘통절한 반성’을 표명하며 전임자들보다 진일보한 역사 인식을 보여주었으나, 최근 참의원 선거 패배로 집권 연립이 흔들리면서 총리직에서 물러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일본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이 대통령의 외교적 행보에 어려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